K-컬처 이길주 기자 |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불火의 기운을 지닌 오午가 병丙을 만나 뜨겁게 타오르며, 도약·생명력·행운을 상징하는 말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해지는 해이다. 이 강렬한 기운을 K-민화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이 ‘福자 안의 붉은 말’이다.

처음 작품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모란꽃이 가득 메운 福복字의 형상이다. 모란은 부귀와 영화, 복과 번성의 상징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민화의 대표 길상吉祥이다. 그 화려한 꽃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붉은 말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2026년 한 해의 운세와 기운을 상징하는 핵심 모티프다.
말은 예로부터 기상氣像이 밝고, 속도와 성장, 출세를 뜻해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온 중요한 길상 동물이다. 특히 병오년의 ‘붉은 말’은 강한 생명력과 추진력, 묵은 것을 태우고 새 길을 여는 변혁의 에너지를 품는다. 작가가 굳이 福자의 내부, 즉 ‘복이 깃드는 자리’에 말을 배치한 이유는 분명하다.
“2026년의 복은 움직임 속에서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작품 속 붉은 말은 어딘가 유머와 생동을 품고 있다. 고개를 조심스레 내밀며 세상을 엿보는 모습은 마치 “새해의 복이 이처럼 가까이에 있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강렬한 붉은색과 녹청색의 대비는 전통 민화의 색채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다.
福자의 구조는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복을 담는 ‘그릇’, 기운이 흐르는 ‘문양’, 그리고 새해의 염원을 담는 ‘상징적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그 속에서 붉은 말은 복福의 주인이자, 길상 에너지를 일깨우는 존재가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장식화를 넘어 병오년 한 해가 열어갈 밝은 운세를 민화의 언어로 선언한다. 붉은 말이 고개를 내민 그 순간, 복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셈이다. 2026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福자도는 말한다. “달려가라, 복은 움직임을 따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