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이성준 기자 | 칸초아리나는 벨라루스에서 온 유학생으로, 한국에 머무는 동안 K-민화를 익히고 배우며 전통 회화가 지닌 상징과 정신성을 자신의 조형 언어로 흡수해 온 작가다. 그가 그린 k-민화는 늘 큰 것을 그리면서도, 진실은 작은 곳에 숨겨왔다. '도마뱀 나들이'는 그 전통을 가장 섬세한 방식으로 이어간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위엄도 상징도 아닌, 일상 속의 작은 생명이다. 그러나 이 작음은 미약함이 아니라, 세계를 지탱하는 정확한 비중으로 제시된다. 괴석 위에 올라선 도마뱀의 자세는 느긋하고 단정하다. 포식도 도주도 아닌, 관찰의 태도다. 눈은 크게 열려 있으되 공격적이지 않고, 몸은 길게 늘어졌으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안정감은 자연과의 거리 조절에서 나온다. 도마뱀은 바위를 정복하지도, 꽃을 짓밟지도 않는다. 그저 그 사이에 정확히 놓여 있다. 괴석의 절단된 면과 그 틈에서 피어난 꽃들은 대비를 이룬다. 거침과 부드러움, 무게와 향기. 그러나 둘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증명한다. 상처 난 돌이 있어 꽃이 더 선명해지고, 꽃의 존재로 돌의 거칠음이 의미를 얻는다. 이는 자연의 윤리와 공존은 타협이 아니라 배치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K-컬처 이성준 기자 | 유성만 작가의 이 그림 앞에 서면 먼저 속도가 느려진다. 유성만 작가의 '休휴식'은 무엇을 보여주기보다, 보는 이를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그림이다. 숲은 빽빽하지만 답답하지 않다. 나무들은 서로 기대지 않으면서도 같은 방향으로 서 있고, 화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은은한 빛이 스며 나온다. 이 빛은 태양도, 인공의 조명도 아니다. 마치 숲 자체가 숨을 쉬며 내뿜는 호흡처럼 느껴진다. 쉼이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존재가 제 자리를 회복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태임을 이 작품은 조용히 말한다. 화면 속 작은 새 한 마리는 이 숲이 정지된 공간이 아님을 알려준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생명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이 ‘휴休’는 정적이 아니다. 한자 ‘休’가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 쉼을 얻는 형상인 것처럼, 이 그림의 쉼은 자연에 몸을 맡긴 채 다시 살아갈 힘을 고르는 과정이다. 유성만 작가의 숲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절제된 색과 반복되는 수직의 리듬은 마음의 파동을 가라앉힌다.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쉼은 종종 소비의 형태를 띠지만, 이 작품은 말한다. 진짜 쉼은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상태, 그저 존재로
K-컬처 이성준 기자 | 모란은 늘 부귀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연희 작가의 '괴석모란'에서 모란은 단순한 풍요의 꽃이 아니다. 이 꽃은 견딘 자리에서 피어난 결과다. 작품 아래를 차지한 괴석들은 매끈하지 않고, 아름답지도 않다. 바람과 비, 시간을 견뎌온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위에 모란이 선다. 화려함은 위에서 오지 않고, 아래의 무게에서 자라난다. 이 작품에서 괴석은 배경이 아니라 주체다. 뒤틀린 돌의 윤곽은 삶의 굴곡을 닮았고, 모란의 줄기는 그 굴곡을 피해 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틈을 비집고 올라와 꽃을 맺는다. 이는 “잘 갖춰진 자리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버틴 시간 위에 얹힌 성취를 말한다. 꽃의 색 또한 의미심장하다. 자주와 황금의 대비는 과시가 아닌 축적의 색이다. 같은 모란이 반복되지만 단조롭지 않은 이유는, 각 꽃이 서 있는 돌의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반복은 획일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리듬을 드러낸다. 부귀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각자의 사연을 지닌 여러 얼굴로 존재한다. k-민화의 미덕은 언제나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이연희 작가의 '괴석모란'은 고난을 지워버리지 않는다. 대신 고난을 지지대로 삼는다. 그
K-컬처 장규호 기자 | 송학도는 오래된 약속의 그림이다. 소나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알고, 학은 시간을 건너는 법을 안다.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이 두 존재를 나란히 세워, 장수의 기원을 넘어 함께 사는 태도를 묻는다. 작품 속 소나무는 요란하지 않다. 굵은 줄기와 촘촘한 솔잎은 바람을 과시하지 않고, 학은 날갯짓을 멈춘 채 가지 위에 서 있다. 이 정적은 멈춤이 아니라 지속이다. 민화가 말해온 이상은 언제나 여기 있었다. 크게 외치지 않고, 오래 남는 것.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에서 소나무는 배경이 아니다. 학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자리이며, 계절의 흔적을 감내하는 몸이다. 학은 그 위에 앉아 있다가, 필요할 때 날아오를 줄 안다. 서로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위계는 없다. 견디는 자와 건너는 자가 균형을 이룬다. 이 그림의 장수는 숫자가 아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 같이 사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송학도는 말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의 장면은 축복의 선언이 아니라 생활의 합의처럼 읽힌다. 채색은 낮고 단정하다. 청록과 백색, 갈색의 조율은 눈에 띄기보다 눈을 쉬게 한다. 깃털의 결, 솔잎의 밀도는 세밀하지만 과시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의 자랑
K-컬처 이성준 기자 | k-민화에서 공작은 부귀와 영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현숙 작가의 '비파공작'은 이 익숙한 상징을 한 단계 낮은 음역으로 끌어내린다. 이 작품에서 공작은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눈부시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k-민화가 지켜온 절제의 미학이 이 작품의 화면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비파나무 아래, 공작은 기다린다. 비파는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무다. 꽃과 열매, 잎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이 식물은 ‘축적된 시간’을 상징한다. 한현숙은 공작을 비파나무 곁에 둠으로써, 부귀를 단발의 행운이 아닌 인내의 결과로 다시 정의한다. 공작의 꼬리는 펼쳐지지 않았다. 대신 바위에 기대어 흐르듯 내려온다. 이는 승리를 과시하는 몸짓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아는 존재의 태도다. 색은 많되, 소리는 낮다. 이 작품의 색채는 분명 풍부하다. 청록, 남색, 금빛, 그리고 비파 열매의 따뜻한 황색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나 그 조합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다.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지킨다. k-민화는 언제나 이렇게 말해왔다. 아름다움은 높일수록 값지는 것이 아니라, 조화될수록 깊어진다고... 두 마리
K-컬처 강경희 기자 | 대한민국 초고령 103세 혁필 연구가 남상준 선생은 1965년부터 1984년까지 중국·일본 문자와 영어 알파벳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혁필화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며 예술적 기틀을 다졌습니다. 1977년 이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혁필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았습니다. 2000년대에는 일본 오사카를 비롯한 전국 백화점과 축제에서 순회 전시 및 시연을 통해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고, 국내외 교민들을 대상으로 혁필을 가르치며 전통 계승에 힘써 왔습니다. 또한 서울특별시 전통문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교육과 전시를 이어왔으며, 2023년에는 서울공예박물관 등에서 초청 교육을 진행해 혁필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전통예술을 대중과 다음 세대에 전해온 그의 행보는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교육 공간 및 운영 안내 이번에 세계평화미술대전 조직위원회는 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 12층에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남상준 명인에게 무상 개방합니다. 수강생 모집: 수시 모집 수업 일정: 월·화·금·토요일 오후 2시~5시 장소: 종각역 1번
K-컬처 강경희 기자 | k-민화에서 닭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어둠을 가장 먼저 깨우는 존재, 때를 아는 자이며, 공명功名의 문 앞에서 스스로를 단련한 상징이다.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는 이 오래된 상징을 오늘의 시선으로 또렷하게 되살린다. 바위 위에 우뚝 선 닭 한 마리. 그 뒤로 피어나는 모란과 이제 막 터질 듯한 꽃봉오리들. 이 장면은 화려한 출세의 순간이 아니라,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닭은 올라섰고, 꽃은 기다린다. 이 그림에서 닭은 이미 바위 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모습에는 요란한 과시가 없다. 꼬리는 길게 흘러내리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다. 이는 승리의 포즈가 아니라 책임의 자세다. 모란은 만개와 봉오리가 함께 존재한다. 이미 핀 꽃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민화는 늘 이렇게 말한다. 공명은 단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축적의 결과라고... 공명은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다.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에서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순서’다. 닭은 날아오르지 않는다. 차근히, 바위를 딛고 올라선다. 이는 경쟁의 속도가 아니라 자기 몫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다. 오늘의 사회는 외친다. 더 빨
K-컬처 전득준 기자 | 제주의 빛과 공기, 바람과 물결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리듬을 색과 점의 진동으로 풀어낸 회화,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작가 백성원 ‘신촌별곡’ 전시가 제주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길41-1인사아트센터B1)에서 1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자연과의 교감과 감각적 공명을 주제로 제작한 회화 작품 39점과, 클레이와 아크릴을 결합하여 표현한 입체 조형 작품 8점 등 총 47점을 선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풍경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감각이 서로 공명하는 순간을 시각적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한라산과 바다,해변과 마을의 풍경은 수많은 색점의 중첩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떨림으로 확장되며, 관람자에게 자연과 호흡하는 경험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작가는 “자연의 호흡과 생명의 시간성,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기적 질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리듬을 회화로 표현한다.‘고 한다. 백성원의 회화는 근본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감각'을 회복하는 예술이다. 그의 색은 감정의 언어이며, 그의 붓질은 존재의 호흡이다. 수많은 색점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화면은 제주의 풍경을 넘어, 인간과 자
K-컬처 이성준 기자 |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소박한 민화’라는 고정관념에 머물 수 없다. 한현숙의 작가의 '비파공작'은 민화가 지닌 길상성에 당당한 아름다움과 존재의 위엄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작품을 가득 채운 공작은 숨기지 않는다. 고개를 들고 서 있는 공작의 자세는 과시가 아니라 자각이다. 자신의 빛을 아는 존재만이 이토록 고요하게 서 있을 수 있다. 공작은 예로부터 부귀, 영화, 덕성을 상징하는 길상 조류였지만, 이 작품에서 공작은 상징을 넘어 완성된 존재의 태도로 등장한다. 비파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열매는 풍요와 다산, 결실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이 풍경은 우연한 장식이 아니다. 비파는 긴 시간의 축적 끝에 맺히는 열매다. 즉, 이 그림의 화려함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의 결과임을 암시한다. 공작의 찬란한 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색채의 운용은 절제 속의 화려함이다. 녹청과 군청, 황금빛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살린다. 이는 K-민화가 지닌 미덕, 즉 ‘조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결과다.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장식적이지만 가볍지 않다. '비파공작'은 말한다. 진짜 복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이 아
K-컬처 강경희 기자 | 연꽃은 늘 물 위에 있지만, 그 뿌리는 가장 낮은 곳에 닿아 있다. 이윤희 작가의 '연화도'는 바로 그 낮음에서 시작되는 상승을 화면 전체의 리듬으로 펼쳐 보인다. 세로로 길게 뻗은 화면에는 연잎과 연꽃이 층층이 배치되고, 그 꼭대기에는 물총새 한 쌍이 날아든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삶의 단계와 마음의 이동 경로를 은유적으로 그린 하나의 서사다. 연꽃은 멈추지 않고 피어난다. 이 작품 속 연꽃은 만개와 봉오리, 그리고 막 물 위로 올라오는 순간까지를 모두 품고 있다. 피어 있음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의 한 장면일 뿐이라는 듯, 연꽃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산다. 이것이 민화가 말하는 시간의 윤리다. 앞선 꽃이 뒤의 꽃을 가리지 않고, 아래의 봉오리가 위를 시기하지 않는다. 이윤희 작가는 이 질서를 과장하지 않는다. 담담한 선과 절제된 채색으로, 연꽃이 지닌 자기 완결의 품격을 드러낼 뿐이다. 물총새, 고요를 깨우는 의지 연화도에서 물총새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정확히 목표를 향해 급강하하는 이 새는 결단과 집중의 상징이다. 연꽃 위를 스쳐 날아드는 물총새의 움직임은, 고요한 화면에 긴장을 부여하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