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김학영 기자 | 죽필과 혁필 또한 K-그라피의 본질적 영역이다. 대나무를 깎아 결기로 찍는 죽필은 수행과 절제의 미학을 담고, 가죽 붓으로 속도와 리듬을 살리는 혁필은 소통과 확장의 언어가 된다. 이 두 붓은 한국적 필법의 깊이와 역동성을 함께 보여주며 K-그라피를 전통에서 세계로 이끄는 양대 축을 이룬다. 전통 서예의 세계에는 서로 닮았으나 전혀 다른 두 갈래의 붓이 있다. 하나는 죽필竹筆이고, 다른 하나는 혁필革筆이다. 둘 다 ‘붓’이라 불리지만, 이 두 도구는 쓰는 방식도, 담아내는 정신도, 향하는 방향도 다르다. 죽필과 혁필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곧 전통 예술이 어떻게 수행의 길과 소통의 길로 나뉘어 발전해 왔는지를 읽는 일이다. 죽필, 마음을 찍는 도구, 죽필은 대나무를 깎아 만든다. 털이 없고, 먹을 머금지도 않는다. 그래서 죽필의 획은 부드럽지 않다. 오히려 거칠고 단호하며, 한 번 그으면 되돌릴 수 없다. 이 도구 앞에서는 망설임이 곧 실패가 된다. 죽필 서예는 기술보다 태도를 요구한다. 손의 떨림은 곧 마음의 흔들림이고, 획의 기울기는 곧 정신의 방향이다. 그래서 죽필은 오랫동안 선승과 수행자들의 도구였다. 글씨를 쓰기 위해 붓을
K-컬처 김학영 기자 | 화병도는 ‘꽂는’ 그림이 아니다. 정유희 작가의 '화병도'는 복을 장식처럼 꽂아두는 대신, 삶의 중심에 단단히 묶어두는 방식을 택한다. 작품 중앙의 화병은 끈으로 매여 있고, 그 위로 모란과 국화, 연꽃이 질서 있게 피어난다. 이는 우연한 풍요가 아니라, 관리된 복福의 선언이다. 이 화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매듭이다. 민화에서 매듭은 결속과 지속의 상징이다. 흘러가지 않도록 묶고,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두는 행위. 정유희 작가는 이 매듭을 통해 묻는다. “당신의 복은 어디에 묶여 있는가.” 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임을, 이 그림은 조용히 말한다. 모란은 부귀를, 국화는 절개를, 연꽃은 정화를 뜻한다. 이 꽃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크기와 색은 다르지만,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다. 꽃의 위계가 아니라 관계의 질서가 화면을 지배한다. 이는 K-민화가 전통에서 현재로 옮겨오며 획득한 중요한 감각과 공존의 미학이다. 화병 양옆의 석류와 복숭아 또한 의미심장하다.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는 이 과실들은 화병을 보호하듯 배치되어, 복이 ‘피어나는 것’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확장됨을 암시한다. 색의 절제, 의미의 확장은
K-컬처 김학영 기자 | 연꽃은 언제나 말이 적은 상징이었다. 진흙에서 피어나되 진흙을 말하지 않고, 물 위에 서되 물을 가르지 않는다. 정선영 작가의 '연화도'는 이 연꽃의 태도를 그림 전체의 호흡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연꽃은 주인공이지만, 결코 앞에 나서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리에 서서 계절을 건너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품의 화면을 가득 채운 연잎은 겹겹이 포개지며 숲처럼 서 있다. 크고 작은 잎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위로 치솟은 줄기는 경쟁하지 않고, 물 위의 수면은 흔들리되 요란하지 않다. 이 질서는 인위적으로 배치된 조화가 아니라, 오래 지켜본 자연의 리듬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꽃 사이를 건너는 시간으로 정선영 작가의 '연화도'에서 중요한 것은 꽃의 만개가 아니라 과정이다. 봉오리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이미 진 꽃도 있다. 잎 아래에서는 물새가 쉬고, 하늘에서는 새가 지나간다. 모든 것은 동시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 그림은 그 사실을 서두르지 않고 보여준다. 연꽃은 불교적 상징으로 자주 해석되지만, 이 작품은 교리보다 생활의 감각에 가깝다. 깨달음의 표식이 아니라, 오늘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은유다. 연잎 위에 고인 물
K-컬처 김학영 기자 | 2026년 병오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는 세화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이 200여 명의 내외 귀빈과 관람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세화전은 K-민화와 K-민화 한복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전시이자 패션 퍼포먼스로, 전통 회화와 복식, 예술과 일상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에는 세계평화미술대전 임원진을 비롯해 학계, 미술계, 문화계, 외교·언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사회 의장 이존영을 중심으로 김용모 운영위원장, 이미형 명지대 교수, 강석원 KS화랑 대표, 김동현·윤기순 감사, 최동호 대외협력국장, 전득준 조직국장, 강경희 사무총장, 이길주 행정실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또한 벨라루스 대사관 영사를 비롯해 황실공예협회 및 황실문화선양협회 관계자, 민주평통 자문위원,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참석해 전시의 의미를 더했다. 테이프 커팅으로 시작...시상식·패션쇼까지 이어진 풍성한 프로그램 이날 행사는 오후 2시 테이프 커팅식을 시작으로 내빈 소개, 인사말과 축사, K-민화 한복 패션쇼, 그리고 각종 시상식
K-컬처 김학영 기자 |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단체를 조명하는 2025 문화예술발전 유공 시상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단체상은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에 돌아갔다. 수상의 주인공인 노영혜 이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35만 명 지도자들의 헌신과 현장의 열정이 빚어낸 결과”라며 “K-종이접기를 새로운 한류로 정착시키고, 세계 평화와 문화 외교에 기여하는 콘텐츠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고구려 담징 스님이 일본에 전한 종이문화의 역사적 뿌리를 되살리고, 이를 창의교육과 융합해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 재단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국내 최초의 체계적 교육 지침서인 ‘종이접기 지도서’를 발간하고, 국내외 35만 명의 지도자를 양성하며 교육 저변을 넓혀왔다. 그는 “종이접기는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창의력·정서·인성을 함께 키우는 융합형 콘텐츠”라며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창작의 가치를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의 글로벌 행보도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일본 도쿄한국학교에서 열린 ‘제2회 K-종이접기
K-컬처 김학영 기자 | 정교한 묘사도, 화려한 색도 없다. 오직 몇 개의 선과 여백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선은 오래 머문다. 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멈추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이 그림에서 위엄 있게 앉아 있지 않다. 얼굴은 윤곽만 남았고, 표정은 없다. 설법을 하거나 손짓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계실 뿐이다. 그 고요함은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듣고, 배워야 안심하기 때문이다. 그 부처님 곁에는 작은 존재 하나가 있다. 스님도 아니고, 수행자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사람. 그는 ‘불자’다. 완성되지 않은 존재, 아직 길 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부처님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지만, 간절함이나 비장함은 없다. 두 손을 모은 자세는 공손하지만, 절박하지 않다. 마치 “여기에 잠시 있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듯하다. 이 그림의 왼편에 쓰인 한 글자, ‘佛’. 이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 ‘佛’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다. 도착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가리키는 표식이다.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좌표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도, 불자도 아니다. 이 그림의 핵
K-컬처 김학영 기자 | 캘리그라피, 그 아름다운 새로운 이름, K -그라피가 세계를 향해 비상합니다. K -그라피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 및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K-컬처 김학영 기자 | K-민화연구소가 ‘K-민화, K-Folk Painting’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민화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며 세계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전통 민화에 ‘K’를 접목해 세계 속에서 한국 고유의 민속미술을 구별 가능하게 하고, 동시에 국제 미술계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명명이다. 동영상 보기
K-컬처 김학영 기자 | 이제 세계는 한국의 붓 끝을 제 이름으로 부른다. 그 이름은 K-그라피(K-Graphy)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더 이상 콘텐츠의 양이나 이벤트의 규모로 평가되지 않는다. 오늘의 세계는 한국 문화가 어떤 언어로, 어떤 태도로 자신을 설명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K-그라피는 한국 미술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며 세계와 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다. K-그라피는 서구 개념인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번안이 아니다. 그것은 서예, 문인화, 한국화, K-민화, 묵화 등 한국 미술 전통을 병합한 종합 예술 개념이다. 특정 장르를 넘어, 필획의 정신과 여백의 사유, 자연관과 길상성, 먹의 농담과 호흡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 개념의 핵심은 형식의 결합이 아니라 정신의 통합에 있다. K-그라피는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본래 하나였던 한국 미술의 흐름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래서 작품은 설명보다 침묵으로, 장식보다 절제로 작동하며 관람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이러한 미학은 한국 문화가 지닌 고유한 힘, 이른바 ‘문화덕文化德’과 맞닿아
K-컬처 김학영 기자 |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이다. 소나무와 학이라는 상징은 이미 수백 년 동안 한국인의 삶 속에서 길상과 장수, 평안을 말해왔다. 이 작품은 그 오래된 언어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시선으로 조용히 건넨다. 소나무는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절개와 생명력의 상징이다. 학은 고결함과 장수를 의미하며, 두 마리가 함께 등장할 때는 화합과 평안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백찬희 작가는 이 익숙한 상징들을 과장하거나 해체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정직한 자리, 가장 안정된 구도 속에 배치한다. 특히 두 마리 학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경쟁도 긴장도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삶의 태도에 대한 은유다. 빠르고 불안한 시대일수록, 이 그림은 ‘함께 오래 머무는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이 작품이 가진 미덕은 절제다. 색은 화려하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형태는 섬세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전통 민화가 지녔던 기원의 기능, 즉 그림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고 삶을 축원하던 본래의 역할이 충실히 되살아난다. 송학도는 새해를 맞이하는 그림이자, 한 해를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조용한 제안이다.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