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장규호 기자 | 별은 밤에 태어나지만, 새벽별은 끝을 알고 있는 빛이다. 김경 작가의 K-그라피 작품 ‘정승호의 새벽별’ 은 이 미묘한 시간의 감각을 화면 전체에 풀어낸다. 깊은 남색과 푸른 층위가 원을 이루며 번져가는 배경은 우주이자 마음의 심연이다. 그 위에 놓인 굵은 붓의 ‘새벽별’은 반짝임이 아니라 의지에 가깝다. 정승호의 시는 묻는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김경은 이 질문을 장식적 별빛이 아닌, 무게 있는 획으로 답한다. 글자는 흘러가지만 무너지지 않고, 번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새벽이 밤을 배반하지 않듯, 희망 또한 고통을 지우지 않는다는 태도다. 작품 곳곳에 흩뿌려진 금빛 점들은 별이자 시간의 파편이다. 그러나 중심은 언제나 하나, 크게 쓰인 제목부에 있다. 중심을 향해 모든 문장이 수렴하고, 다시 바깥으로 호흡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시의 정서가 붓의 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 읽는 행위는 바라보는 행위가 되고, 바라봄은 스스로를 견디는 시간이 된다. 이 작품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새벽별은 밤을 단숨에 밝히지 않는다. 다만 “곧 아침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가장 조용히 알려
K-컬처 장규호 기자 | 가을의 편지는 서두르지 않는다. 김정애 작가의 K-그라피 작품 ‘남정림의 가을편지’는 ‘배달 중인 마음’이라는 시적 발상을 시각적 서사로 풀어낸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이미 도착한 감정이 아니라, 향기를 남기며 다가오는 과정이다. 작품 상단을 장악한 굵은 글씨 ‘그대’는 부름이자 중심이다. 호명은 언제나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시구는 세로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며, 마음이 이동하는 시간을 만든다. “내 마음이 배달 중임을 알아주세요”라는 문장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기다림에 대한 예의다. 국화는 이 작품의 핵심 상징이다. 바구니에 담긴 국화는 화려하게 피지 않는다. 대신 깊고 오래 남는 향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이는 요란한 언어 대신 묵묵히 지속되는 사랑의 태도와 닮아 있다. 먹의 농담과 국화의 담담한 색채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여백 속에서 감정을 증폭시킨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명확해진다. 글은 읽히는 대상이 아니라 도착하는 존재가 된다. 김정애의 붓은 감정을 소유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감정이 상대에게 닿을 때까지의 거리와 속도를 정직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그래서 고백이 아니라 배
K-컬처 장규호 기자 | 송학도는 오래된 약속의 그림이다. 소나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알고, 학은 시간을 건너는 법을 안다.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이 두 존재를 나란히 세워, 장수의 기원을 넘어 함께 사는 태도를 묻는다. 작품 속 소나무는 요란하지 않다. 굵은 줄기와 촘촘한 솔잎은 바람을 과시하지 않고, 학은 날갯짓을 멈춘 채 가지 위에 서 있다. 이 정적은 멈춤이 아니라 지속이다. 민화가 말해온 이상은 언제나 여기 있었다. 크게 외치지 않고, 오래 남는 것.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에서 소나무는 배경이 아니다. 학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자리이며, 계절의 흔적을 감내하는 몸이다. 학은 그 위에 앉아 있다가, 필요할 때 날아오를 줄 안다. 서로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위계는 없다. 견디는 자와 건너는 자가 균형을 이룬다. 이 그림의 장수는 숫자가 아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 같이 사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송학도는 말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의 장면은 축복의 선언이 아니라 생활의 합의처럼 읽힌다. 채색은 낮고 단정하다. 청록과 백색, 갈색의 조율은 눈에 띄기보다 눈을 쉬게 한다. 깃털의 결, 솔잎의 밀도는 세밀하지만 과시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의 자랑
K-컬처 장규호 기자 | K-민화에서 화병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담는 그릇이며, 하루의 마음을 세워 두는 자리다. 공재완 작가의 '화병도'는 이 오래된 인식을 현대의 감각으로 단정하게 복원한다. 작품 속 모란은 흐드러지되 흐트러지지 않고, 화병은 화려하되 소란스럽지 않다. 모든 요소가 제자리를 알고 있는 듯한 안정감이 그림 전반을 감싼다. 모란은 말한다. 부귀와 영화는 과시가 아니라 지속의 결과라고. 겹겹의 꽃잎은 시간의 층위를 닮았고, 가지의 방향은 무질서가 아닌 리듬을 따른다. 공재완은 꽃의 크기를 키우기보다, 균형의 감각을 키운다. 그래서 이 화병도는 ‘보여 주는 그림’이 아니라 ‘곁에 두는 그림’이 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화병과 받침대의 처리다. 문양은 정교하되 절제되어 있고, 금색은 빛나되 앞서지 않는다. 이는 민화가 지닌 생활 미학의 집 안의 풍경과 마음의 질서를 함께 가꾸는 태도를 충실히 잇는다. 화병은 중심을 잡고, 꽃은 그 중심 위에서 호흡한다. 삶의 중심과 기쁨의 확장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다. 색채는 부드럽게 호흡하며, 여백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여유다. 보는 이는 해석을 강요받지 않고, 자연스레
K-컬처 장규호 기자 | k-민화의 고양이는 늘 모순을 품는다. 온순함과 야성, 정적과 도약, 놀이와 사냥의 경계에 선 존재. 안경화 작가의 '화묘도'는 이 오래된 상징을 한 장면의 리듬으로 엮어, 삶의 ‘지금’을 포착한다. 작품 위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하나는 가지 위에서 몸을 낮추고, 다른 하나는 땅 위에서 시선을 들고 선다. 위와 아래, 잠복과 관조. 이 대비는 우열이 아니라 역할의 교차다. 민화가 말하는 세계는 늘 그렇듯,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중심의 공존으로 이루어진다. 나비와 잠자리는 움직임의 신호다. 공중을 가르는 작은 생명은 화면에 긴장을 불어넣고, 고양이의 시선은 그 긴장을 따라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때 고양이는 사냥꾼이기 이전에 관찰자가 된다. 급하지 않고, 소리 없이. 안경화 작가는 이 느린 호흡으로 k-민화의 미학을 오늘의 감각에 맞춰 낮춘다. 꽃은 아래에서 피어 오른다. 붉고 분홍의 화훼는 장식이 아니라 완충의 장치다. 야성의 긴장을 부드럽게 받치며, 화면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민화의 꽃은 늘 그렇게 기능한다. 극적인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머물 수 있게 만드는 자리로. 색채는 절제되어 있다. 고양이의 털결은 세밀하되 요
K-컬처 장규호 기자 | 책은 쌓여 있으나 무겁지 않고, 지식은 가득하되 위압적이지 않다. 이미형 교수의 ‘책거리 10폭 병풍’ 앞에 서면 먼저 느껴지는 감각은 질서와 평정이다. 병풍을 가득 채운 서책과 기물들은 과시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화면에서 학문은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삶을 정돈하는 방식이다. 전통 책거리의 핵심은 ‘많음’이 아니라 ‘바름’에 있다. 이미형 교수는 이 원칙을 정교하게 복원하면서도, 현대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각 폭은 독립된 세계처럼 보이지만, 열 폭이 함께 서 있을 때 하나의 사유 체계를 이룬다. 책과 문방구, 도자와 화병, 작은 기물 하나까지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구성이 아니라 지식의 윤리다. 색채는 절제되어 있으나 단조롭지 않다. 청색의 공간감은 깊이를 만들고, 목재의 갈색은 시간을 축적한다. 화려함보다 지속성을 택한 이 색의 선택은, 오래 두고 마주할 병풍이라는 매체의 본질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병풍은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지점은 ‘사람의 부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병풍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책을 읽는 이, 글을 쓰는 이, 사유하
K-컬처 장규호 기자 | 종로구 지역공동체 발전을 이끌어온 새마을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한 해의 성과를 나누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종로구새마을회(회장 박내춘)는 12월 23일 오후 2시 30분, 종로구 지봉로에 위치한 SW컨벤션센터에서 「2025 종로구 새마을지도자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올 한 해 추진해온 새마을운동의 주요 성과를 공유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새마을지도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조직의 결속과 역량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정문헌 종로구청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시·구의원, 종로구새마을회 단체장과 이사, 협의회·부녀회·문고회 지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본행사는 난타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내빈 소개, 2025년도 새마을운동 사업추진 실적 보고와 ‘보람의 현장’ 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 실천에 크게 기여한 유공 새마을지도자들에 대한 포상 수여가 이어져 큰 박수를 받았다. 박내춘 회장은 대회사에서 “올 한 해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새마을지도자 여러분의 헌신이 종로를 더욱 따뜻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
K-컬처 장규호 기자 | 연말연시를 맞아 교정행정 복지 향상을 위한 미술작품 기증 행사가 지난 12월 17일부터 18일까지 충북과 대전 지역 교정시설에서 잇따라 열렸다. 이번 행사는 담화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 세계평화미술대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했으며, 외교저널과 시민행정신문이 후원했다. 행사 첫날인 12월 17일, 충주구치소와 청주여자교도소에 각각 미술작품 50점씩 총 100점이 기증됐으며, 이어 12월 18일에는 대전교도소에 미술작품 50점이 추가로 전달돼 총 150점의 작품이 교정시설에 기증됐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들은 수용자의 정서 안정과 심성 순화, 교정·교화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전국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마련한 것으로, 교정시설 내 생활 공간에 비치될 예정이다. 담화문화재단 담화 이사장은 “이번 기증은 연말연시를 맞아 교정행정 복지와 수용자 정서 회복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마련된 것”이라며, “현재까지 전국 교정시설을 대상으로 총 8차례에 걸쳐 기증을 이어오고 있으며, 많은 작가들이 뜻을 함께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에도 교정행정 복지 향상을 위해 기증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K-컬처 장규호 기자 | 소정희 작가의 작품 “세상만사 잊고 살게나” 속 호랑이는 위엄보다 여유가 먼저 보인다.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산군山君이 아니라, 세상의 무게를 한 발짝 내려놓은 존재다. 민화 속 호랑이가 원래 지녔던 풍자와 해학의 전통은 이 작품에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쉼의 상징’으로 되살아난다. 화면 속 호랑이는 몸을 틀어 앉은 채 한쪽 앞발을 내밀고 있다. 공격도, 경계도 아닌 제스처다. 마치 “그만 좀 애써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굽이진 꼬리는 긴장을 풀어낸 호흡처럼 둥글고, 표정에는 묘한 미소가 깃들어 있다. 힘의 과시가 아니라 힘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경지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배경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생각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소정희 작가는 전통 민화의 호랑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오늘의 삶에 맞게 재해석한다. 바쁘고, 지치고,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시대 속에서 이 호랑이는 말한다. “세상만사, 잠시 잊고 살아도 괜찮다.” 이 작품의 미덕은 웃음이다. 가볍지만 얕지 않고, 익살스럽지만 가볍지 않다. 민화가 본래 수행했던 역할과 권력에 대한 풍자, 삶에 대한 위로, 웃음 속의 진실
K-컬처 장규호 기자 | 천년향화지지千年香花之地로 불리는 충북 청주시 미원면에 자리한 벽사초불정사僻邪招佛精舍가 2026년 식목일을 맞아 ‘천년향화숲 재조성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한다. 이번 사업은 이미 관계 기관의 벌목 허가를 받아 약 1만5천 평 규모의 기존 수목을 정비·벌목한 이후, 생태적·상징적 의미를 고려한 다른 수종으로 새롭게 식재하는 계획적 산림 재조성 사업으로 추진된다. 단순한 나무심기 행사가 아닌, 장기적 숲의 구조와 수행·명상 환경까지 고려한 체계적인 복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6년 식목일에 열리는 기념 행사는 청주산림조합, 청주시, 담화문화재단, 주한 외교사절단, 지역 불자 및 시민 자원봉사자가 함께 참여해, 재조성되는 숲에 새로운 생명의 첫 뿌리를 내리는 상징적 출발점이 될 예정이다. 특히 주한 외교사절단의 참여는 전통 사찰 공간에서 펼쳐지는 국제 환경·문화 협력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벽사초불정사는 그동안 황금빛 사층 건물 리모델링과 수행·명상 공간 확충을 통해 도량의 상징성과 기능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이번 숲 재조성 사업은 사찰의 핵심 철학인 ‘벽사퇴산僻邪退散·초불안림招佛安臨’을 자연 공간에 구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