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이성준 기자 | K-그라피의 선언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잃어버렸던 우리의 감각을 다시 부르는 일이며, 오랫동안 타인의 언어로 설명해 왔던 붓 문화에 대한 주권 회복의 선언이다.
K-컬처 전득준 기자 | 전통적 조각과 실험정신 가득한 작품까지 수준 높은 조형의 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각 축제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6'가 1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COEX Hall C 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조각가협회(이사장 권치규)가 주최하는 이번 페스타는 올해로 15회째로, 국내 유일의 조각 전문 아트페어다. 이번 행사에는 원로·중견·청년 작가 등 480여 명이 참여해 2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예술과 기업이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공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올해 주제는 '경험의 확장’으로, 조각을 중심으로 회화·영상·공예 등 시각예술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전시장에서는 작가 부스전과 갤러리 특별전, 국제 세미나, 기업 협업 프로젝트 등이 함께 진행되었다. 평면 위에 조각적 깊이와 물성을 구현하는 새로운 시도로 조각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따뜻한 감성과 열정으로 자작나무의 층위를 조각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김성지 작가는 내면의 감수성과 생명력이 융합된 작품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양태근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통해 생명의 순환과 공존을 표현하는 조각가로, 한
K-컬처 장규호 기자 | 별은 밤에 태어나지만, 새벽별은 끝을 알고 있는 빛이다. 김경 작가의 K-그라피 작품 ‘정승호의 새벽별’ 은 이 미묘한 시간의 감각을 화면 전체에 풀어낸다. 깊은 남색과 푸른 층위가 원을 이루며 번져가는 배경은 우주이자 마음의 심연이다. 그 위에 놓인 굵은 붓의 ‘새벽별’은 반짝임이 아니라 의지에 가깝다. 정승호의 시는 묻는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김경은 이 질문을 장식적 별빛이 아닌, 무게 있는 획으로 답한다. 글자는 흘러가지만 무너지지 않고, 번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새벽이 밤을 배반하지 않듯, 희망 또한 고통을 지우지 않는다는 태도다. 작품 곳곳에 흩뿌려진 금빛 점들은 별이자 시간의 파편이다. 그러나 중심은 언제나 하나, 크게 쓰인 제목부에 있다. 중심을 향해 모든 문장이 수렴하고, 다시 바깥으로 호흡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시의 정서가 붓의 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 읽는 행위는 바라보는 행위가 되고, 바라봄은 스스로를 견디는 시간이 된다. 이 작품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새벽별은 밤을 단숨에 밝히지 않는다. 다만 “곧 아침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가장 조용히 알려
K-컬처 강경희 기자 | 이예임 작가의 K-그라피 작품은 크고 강한 언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온기를 꺼내 놓는다. “햇살 한 겹, 바람 한 줌 / 조용히 품어 안으면 / 오늘의 나도 어제보다 더 따뜻해진다.” 이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생활의 감각에 가깝다. 이 작품에서 글씨는 선언하지 않고, 조용히 덮어준다. 작품 중앙을 채운 힘 있는 붓글씨는 거칠지만 과하지 않다. 획의 속도는 빠르되, 멈춤이 분명하다. 이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리듬이다. 글씨 주변의 여백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머무를 자리이며, 그 여백 덕분에 문장은 독자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하단에 그려진 면화는 이 작품의 시각적 은유다. 면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따뜻한 재료다. 몸에 닿아야 비로소 가치가 완성되는 존재. 이는 작품의 문장과 정확히 겹친다. 따뜻함은 멀리 있지 않고, 조용히 안을 때 비로소 느껴진다는 사실. 이예임 작가의 K-그라피는 글과 그림을 통해 그 단순한 진실을 증명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보여주기 위한 글씨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글씨다.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면,
K-컬처 강경희 기자 | 여름은 견디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스스로를 환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된다. 김해숙 작가의 K-그라피 작품, ‘한성님의 여름아이’는 바로 그 긍정의 계절을 온몸으로 건너는 시의 감각을 붓으로 옮긴 작업이다. “걸었다 폴짝 여름을 걸었다”로 시작되는 시어는 관념이 아니라 동작이며, 이 작품의 글씨 또한 멈추지 않고 리듬을 타며 화면을 걷는다. 상단에서 하단으로 이어지는 세로의 흐름은 아이가 여름 들판을 달려 내려오듯 자연스럽다. 획은 단정하게 다듬어지기보다 살아 있는 속도로 움직이며, 글씨의 농담은 햇살과 그늘, 바람의 강약을 닮았다. 여백에 번진 푸른 먹의 흔적은 물놀이 후 남은 여름 공기의 습도처럼 작품에 머문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여름이 좋다’는 선언보다 그 다음 문장이다. “나는 눈부신 여름이구나 / 그런 내가 참 좋다.” 김해숙 작가의 K-그라피는 이 문장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굵은 획으로 자기 수용의 단단함을 남긴다. 이는 타인을 향한 찬가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조용한 박수다. K-그라피는 여기서 장식적 서예를 넘어 자기 인식의 기록이 된다. 여름을 닮아간다는 것은 계절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
K-컬처 이존영 기자 | 이 작품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이현희 작가의 K-그라피 ‘희망공부’는 먼저 어둠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라는 정희성의 문장은, 희망을 낙관이나 주문으로 오해해온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질문을 던진다. 깊은 남청색 바탕은 밤하늘이자 인간의 내면이다. 별처럼 흩뿌려진 미세한 빛들은 희망의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어둠이 충분히 깊을 때만 드러나는 존재의 증거다. 화면 상단의 ‘희망공부’는 금빛에 가까운 중후한 채색으로 쓰였다. 이 대비는 명확하다. 희망은 밤을 지우지 않는다. 밤 위에 공부하듯, 익히듯 놓인다. 중앙의 시구들은 수직으로 차분히 내려온다. 획은 서두르지 않고, 먹은 과장되지 않는다. 이는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것”이라는 시의 핵심을 시각적 리듬으로 번역한 결과다. 읽는 이는 문장을 따라 내려오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호출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설득이 아니라 동의를 얻는다. 마지막 문장,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 줄까”에 이르면, 작품은 질문을 관람자에게 건넨다. 답은 작품에 없다. 대신 별빛 같은 여백 속에 남겨진다. K-그라
K-컬처 강경희 기자 | 이 작품은 말하지 않음의 윤리를 묻는다. 윤미경 작가의 K-그라피는 ‘클레리키건’의 문장으로, “아이들은 침묵을 행해야 할 순간에 말해버려서 소중한 것을 잃는다”를 훈계가 아닌 형상으로 바꾼다. 작품 중앙을 가르는 굵고 긴 획은 칼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계선에 가깝다. 말과 침묵, 드러냄과 지킴 사이에 놓인 선. 그 아래 놓인 글자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와 호흡을 유지한다. 이는 ‘말함’이 아니라 멈춤을 연습하게 하는 구조다. 윤미경 작가의 붓은 과감하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획의 시작과 끝은 분명하되, 여백은 넉넉하다. 이 여백이야말로 작품의 핵심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보호막이라는 메시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만, 침묵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붓의 무게로 증명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이 지점에서 성숙해진다. 이 작품은 말의 미학이 아니라 침묵의 태도를 기록한다. 보여주기보다 지키는 쪽을 택하는 용기와 윤미경 작가의 K-그라피는 그 용기를 검은 먹으로 남긴다. 작가 노트 | 윤미경 명인 이 문장을 읽고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에게 더 필요
K-컬처 강경희 기자 | 장미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상처의 이름이다. 이명순 작가의 K-그라피 작품 ‘노천명의 장미’는 그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 끈 꺾어 보내 놓고”라는 시어처럼, 한 번의 결단과 파열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붓은 쓰다듬지 않는다. 꺾고, 밀어내고, 비워낸다. 그 결과 화면에는 화려함보다 번뇌가 자라는 시간이 남는다. 검은 먹의 굵고 가는 결은 마음의 무게를 닮았다. 글자는 단정하지 않고, 균형을 일부러 흔든다. 이는 시가 말하는 내면의 균열과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를 시각화한 선택이다. 장미의 붉음은 장식이 아니라 통증의 색이며, 여백은 도피가 아니라 각성의 공간이다. 글과 그림이 분리되지 않는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시는 읽히는 동시에 보이고, 그림은 보이는 동시에 말한다. 작품의 후반부,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 버리련다 / 하늘보다 나무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 아니 /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리련다”에 이르면, 선택지는 셋이다. 정지(얼음), 자립(나무), 소멸(낙엽). 이명순의 붓은 어느 하나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갈림길의 정직함을 화면에 남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