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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강현옥 작가 K-민화〈책거리〉, 지혜와 길상의 미학

- 강현옥 민화의 특징...전통을 깊이 이해한 현대적 감각
- 봉황과 대나무, 길상과 고결의 조화의 책거리

K-컬처 김지은 기자 |  전통 민화의 도상 가운데 ‘책거리冊巨里’는 가장 지적이고 상징적이며, 조선 사람들의 학문관·미적 취향·삶의 이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르다. 강현옥 작가의〈책거리〉는 이러한 전통적 주제를 현대적 색채 감각과 섬세한 선묘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혜의 풍요와 길상의 기운이 화면 가득 흐른다.

 

 

책거리는 조선 후기 선비들이 사랑했던 학문·덕성·가치관의 상징이 담긴 그림이다. 책과 문방사우, 그리고 길상 문양이 조화롭게 배치되며 ‘학업의 성취’와 ‘삶의 풍요’를 기원한다.

 

강현옥 작가는 이 전통적 구도 위에밝고 투명한 채색, 고급스러운 농담 조절, 민화 특유의 데포르메(변형) 표현을 더해 책거리를 생동하는 현대적 장면으로 되살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시각적 중심은 두 마리의 봉황이다. 봉황은 민화에서 왕권, 화평, 고귀함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책거리 속에 등장할 때에는 학문적 성취와 탁월함을 빛내는 존재로 해석된다.

 

봉황의 화려한 깃털은 성공의 비상飛上을, 부드러운 색의 변화는 여유와 평안을, 대나무와의 조화는 절개와 고결의 상징 을 품고 있다.

 

대나무는 사군자 중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절개를 의미하는데, 책거리의 문맥에서는 ‘학문을 향한 변치 않는 자세’를 암시한다. 강현옥 작가는 대나무의 선과 잎 모양을 단순화하면서도 고졸한 멋을 살려 전통과 현대 감각 사이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책거리의 핵심은 책이다. 작품 속 푸른 책들은 전통적 ‘녹색 장정(裝幀)’의 미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편집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간결한 구성을 띤다.
나무 서안의 질감 표현도 돋보인다. 선묘로 구현한 나뭇결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지혜의 결을 상징한다.

 

강현옥 작가는 여백을 넓게 두어 민화 특유의 시원한 ‘여백의 숨’을 살리면서, 화면 중앙의 봉황과 책들의 구성이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이러한 여백은 작품을 ‘장식화’가 아닌 ‘관조의 회화’로 승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강현옥 작가의 민화는 전통 문양·색채·상징을 철저히 연구한 기반 위에, 현대적 채색과 구조감이 더해져 있다. 그의 작품은 과하지 않은 색의 배열 정교한 선묘 길상적 상징의 명확한 구문 고급스러운 화면 구성 으로 인해 ‘현대 민화의 정제된 미감’을 보여준다. 이번 〈책거리〉 또한 전통의 문맥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한 대표작이다.

 

강현옥 작가의〈책거리〉는 단지 책을 그린 그림이 아니다. 지혜를 쌓고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내면의 서재를 그린 작품이다. 봉황의 기운, 대나무의 절개, 책의 무게감이 조화를 이루며 ‘풍요로운 삶’과 ‘올바른 길’을 향한 염원을 담아낸 그림이다.

 

담화총사가 보기에도, 강현옥 K-민화는 전통의 깊이를 지키면서 현대 감성으로 새롭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