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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담화총사 칼럼] 작가의 “변하지 않는 축원의 그림, 송학이 머무는 자리”

K-컬처 김학영 기자 |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이다. 소나무와 학이라는 상징은 이미 수백 년 동안 한국인의 삶 속에서 길상과 장수, 평안을 말해왔다. 이 작품은 그 오래된 언어를 다시 꺼내어, 오늘의 시선으로 조용히 건넨다.

 

 

소나무는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절개와 생명력의 상징이다. 학은 고결함과 장수를 의미하며, 두 마리가 함께 등장할 때는 화합과 평안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백찬희 작가는 이 익숙한 상징들을 과장하거나 해체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정직한 자리, 가장 안정된 구도 속에 배치한다.

 

특히 두 마리 학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경쟁도 긴장도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삶의 태도에 대한 은유다. 빠르고 불안한 시대일수록, 이 그림은 ‘함께 오래 머무는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이 작품이 가진 미덕은 절제다. 색은 화려하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형태는 섬세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전통 민화가 지녔던 기원의 기능, 즉 그림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고 삶을 축원하던 본래의 역할이 충실히 되살아난다.

 

송학도는 새해를 맞이하는 그림이자, 한 해를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조용한 제안이다. 오래 가는 것, 함께 서 있는 것, 흔들려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것. 그 단순한 진리가 이 한 폭에 담겨 있다.

 

작가 노트 | 백찬희
소나무와 학은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가장 익숙한 상징이었습니다.
그 상징을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그 의미가 흐려지지 않도록

정직하게 그리고자 했습니다.

 

두 마리 학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부부의 모습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 함께하고
싶은 인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그림이
새해를 맞이하는 분들께
건강과 평안, 그리고 오래도록 이어지는 관계를
조용히 축원하는 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림은 말을 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민화이기를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