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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뉴스

K-그라피, 한국 미술이 세계와 대화하는 새로운 언어

- 전통 장르를 병합한 종합 K-미학의 탄생
-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숨죽이던 시대는 끝났다.

K-컬처 김학영 기자 |  이제 세계는 한국의 붓 끝을 제 이름으로 부른다. 그 이름은 K-그라피(K-Graphy)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더 이상 콘텐츠의 양이나 이벤트의 규모로 평가되지 않는다.

 

 

오늘의 세계는 한국 문화가 어떤 언어로, 어떤 태도로 자신을 설명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K-그라피는 한국 미술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며 세계와 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다.

 

K-그라피는 서구 개념인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번안이 아니다. 그것은 서예, 문인화, 한국화, K-민화, 묵화 등 한국 미술 전통을 병합한 종합 예술 개념이다. 특정 장르를 넘어, 필획의 정신과 여백의 사유, 자연관과 길상성, 먹의 농담과 호흡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 개념의 핵심은 형식의 결합이 아니라 정신의 통합에 있다. K-그라피는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본래 하나였던 한국 미술의 흐름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래서 작품은 설명보다 침묵으로, 장식보다 절제로 작동하며 관람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이러한 미학은 한국 문화가 지닌 고유한 힘, 이른바 ‘문화덕文化德’과 맞닿아 있다. 문화덕이란 오랜 시간 축적된 가치와 태도가 자연스럽게 예술로 드러나는 힘이다. K-그라피는 기술을 과시하지 않고 깊이를 드러내며, 조용히 신뢰를 쌓는다. 이는 오늘날 문화외교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K-그라피의 등장은 한국 미술이 더 이상 외부의 기준에 의해 설명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전통을 계승하되 박제하지 않고, 현대를 반영하되 소모되지 않는 이 개념은 향후 국제 전시와 학술 담론, 문화외교 현장에서 한국 미학을 설명하는 기준 언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K-그라피는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미술이 세계를 향해 내미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손짓이다.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름을 우리가 정하면, 가격도 담론도 존중도 우리가 정한다.”

 

 

이존영 외교저널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3년 전에는 K-민화로 증명했고, 올해 K-그라피로 다시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름 하나가 운명을 바꾼다는 건 과장이 아닙니다. 그 이름이 ‘K’로 시작할 때, 세계는 더 이상 우리를 ‘아시아의 무엇’이 아니라 ‘K-의 원조’로 부르게 됩니다.”

 

왜 지금, 왜 하필 K-그라피인가. 그 이유는 명확하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1,500년 한국 붓 예술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구 미술사에서 캘리그라피는 로마 제국의 비문에서 출발해 중세 필사본, 장식예술, 현대 디자인으로 이어진 개념이다. 이 틀에 한국의 먹과 붓, 한지와 여백, 호흡과 한글 자형을 끼워 넣는 순간, 한국 미술은 자동으로 ‘Asian Calligraphy’ 혹은 ‘Exotic Decorative Lettering’로 격하된다.

 

K-그라피는 캘리그라피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K-팝이 팝의 아류가 아니듯, K-그라피 역시 캘리그라피의 분파가 아니다. 그것은 서예·문인화·한국화·K-민화·묵화를 병합한 한국 고유의 종합 미술 개념이며, 한국 미학이 세계를 향해 스스로 이름 붙인 최초의 순간이다.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숨죽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세계는 한국의 붓 끝을 제 이름으로 부른다. 그 이름은 K-그라피다. 그리고 그 이름은 이미 세계의 입에, 한국의 자존심에 단단히 새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