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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담화총사 칼럼]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功名圖'로 읽는 "K-민화의 성취의 윤리"

- 울음은 경쟁이 아니라, 때를 알리는 일이다.

K-컬처 강경희 기자 |  k-민화에서 닭은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어둠을 가장 먼저 깨우는 존재, 때를 아는 자이며, 공명功名의 문 앞에서 스스로를 단련한 상징이다.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는 이 오래된 상징을 오늘의 시선으로 또렷하게 되살린다.

 

 

바위 위에 우뚝 선 닭 한 마리. 그 뒤로 피어나는 모란과 이제 막 터질 듯한 꽃봉오리들. 이 장면은 화려한 출세의 순간이 아니라,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닭은 올라섰고, 꽃은 기다린다. 이 그림에서 닭은 이미 바위 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모습에는 요란한 과시가 없다. 꼬리는 길게 흘러내리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다. 이는 승리의 포즈가 아니라 책임의 자세다.

 

모란은 만개와 봉오리가 함께 존재한다. 이미 핀 꽃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민화는 늘 이렇게 말한다. 공명은 단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축적의 결과라고...


공명은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다.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에서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순서’다.
닭은 날아오르지 않는다. 차근히, 바위를 딛고 올라선다. 이는 경쟁의 속도가 아니라 자기 몫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다.


오늘의 사회는 외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그러나 이 공명도는 조용히 반문한다.
“너는 네 울음의 시간을 알고 있는가.”


모란과 바위, 그리고 절제
모란은 부귀의 상징이지만, 이 작품 속 모란은 탐욕스럽지 않다. 색은 깊되 과하지 않고, 꽃잎은 겹치되 흐트러지지 않는다. 바위 또한 거칠지만 위압적이지 않다. 이 모든 요소는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공명은 품격을 잃지 않을 때 완성된다.


K-민화, 성취를 다시 정의하다.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는 묻는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남보다 앞서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 자리에 정확히 서는 것인가.


이 그림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한다.
공명은 외침이 아니라, 제때 울 수 있는 침묵의 힘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공명도는 새해에 더욱 어울린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이에게,
아직 때를 기다리는 이에게,
그리고 이미 바위 위에 올라선 이에게도...


전창순 작가의 '공명도'는 그렇게,
성취의 방향을 다시 바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