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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담화총사 칼럼] 윤미경 작가의, “클레리키건의 글을 쓰다.”

- 말보다 먼저 와야 할 것

K-컬처 강경희 기자 |  이 작품은 말하지 않음의 윤리를 묻는다. 윤미경 작가의 K-그라피는 ‘클레리키건’의 문장으로, “아이들은 침묵을 행해야 할 순간에 말해버려서 소중한 것을 잃는다”를 훈계가 아닌 형상으로 바꾼다.

 

 

작품 중앙을 가르는 굵고 긴 획은 칼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계선에 가깝다. 말과 침묵, 드러냄과 지킴 사이에 놓인 선. 그 아래 놓인 글자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와 호흡을 유지한다. 이는 ‘말함’이 아니라 멈춤을 연습하게 하는 구조다.

 

윤미경 작가의 붓은 과감하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획의 시작과 끝은 분명하되, 여백은 넉넉하다. 이 여백이야말로 작품의 핵심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보호막이라는 메시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만, 침묵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붓의 무게로 증명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이 지점에서 성숙해진다. 이 작품은 말의 미학이 아니라 침묵의 태도를 기록한다. 보여주기보다 지키는 쪽을 택하는 용기와 윤미경 작가의 K-그라피는 그 용기를 검은 먹으로 남긴다.

 

 

작가 노트 | 윤미경 명인
이 문장을 읽고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에게 더 필요한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약함이 아니라
지켜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씨를 채우기보다
비워 두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굵은 획은 말의 충동이고,
그 주변의 여백은
말하지 않기로 한 마음입니다.

 

이 작품이
무언가를 말하라고 재촉하기보다
지금은 지켜야 할 순간인지
한 번쯤 돌아보게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