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강경희 기자 | 여름은 견디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스스로를 환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된다. 김해숙 작가의 K-그라피 작품, ‘한성님의 여름아이’는 바로 그 긍정의 계절을 온몸으로 건너는 시의 감각을 붓으로 옮긴 작업이다. “걸었다 폴짝 여름을 걸었다”로 시작되는 시어는 관념이 아니라 동작이며, 이 작품의 글씨 또한 멈추지 않고 리듬을 타며 화면을 걷는다. 상단에서 하단으로 이어지는 세로의 흐름은 아이가 여름 들판을 달려 내려오듯 자연스럽다. 획은 단정하게 다듬어지기보다 살아 있는 속도로 움직이며, 글씨의 농담은 햇살과 그늘, 바람의 강약을 닮았다. 여백에 번진 푸른 먹의 흔적은 물놀이 후 남은 여름 공기의 습도처럼 작품에 머문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여름이 좋다’는 선언보다 그 다음 문장이다. “나는 눈부신 여름이구나 / 그런 내가 참 좋다.” 김해숙 작가의 K-그라피는 이 문장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굵은 획으로 자기 수용의 단단함을 남긴다. 이는 타인을 향한 찬가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조용한 박수다. K-그라피는 여기서 장식적 서예를 넘어 자기 인식의 기록이 된다. 여름을 닮아간다는 것은 계절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
K-컬처 강경희 기자 | 이 작품은 말하지 않음의 윤리를 묻는다. 윤미경 작가의 K-그라피는 ‘클레리키건’의 문장으로, “아이들은 침묵을 행해야 할 순간에 말해버려서 소중한 것을 잃는다”를 훈계가 아닌 형상으로 바꾼다. 작품 중앙을 가르는 굵고 긴 획은 칼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계선에 가깝다. 말과 침묵, 드러냄과 지킴 사이에 놓인 선. 그 아래 놓인 글자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와 호흡을 유지한다. 이는 ‘말함’이 아니라 멈춤을 연습하게 하는 구조다. 윤미경 작가의 붓은 과감하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획의 시작과 끝은 분명하되, 여백은 넉넉하다. 이 여백이야말로 작품의 핵심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보호막이라는 메시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만, 침묵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붓의 무게로 증명한다. K-그라피의 미학은 이 지점에서 성숙해진다. 이 작품은 말의 미학이 아니라 침묵의 태도를 기록한다. 보여주기보다 지키는 쪽을 택하는 용기와 윤미경 작가의 K-그라피는 그 용기를 검은 먹으로 남긴다. 작가 노트 | 윤미경 명인 이 문장을 읽고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에게 더 필요
K-컬처 이성준 기자 | 황보근형의 K-그라피 작품 「너에게 길이다」는 ‘보여주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건네기 위한 마음’으로 쓰인 글이다. 이 작품에서 ‘길’은 방향이 아니다. 도착지가 아니라 태도이며, 가르침이 아니라 동행이다. “너에게 길이다”라는 짧은 문장은 상대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내가 네 곁에서 함께 걸어주겠다.” 먹의 흐름은 단정하지 않다. 획은 흔들리고, 멈추고, 다시 이어진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안다. 이 길은 완성된 사람이 내미는 길이 아니라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 내어놓은 길임을... 작품을 채운 연한 노랑과 초록의 색감은 봄의 식물처럼 말이 없다. 위로하지 않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괜찮다”고, “지금 속도여도 된다”고 말하는 색이다. K-그라피는 글씨를 잘 쓰는 기술이 아니다. 삶의 문장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황보근형의 이 작품은 ‘너를 고치려는 글’이 아니라 ‘너를 기다리는 글’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다. 기도에 가깝다. 누군가의 하루 앞에 조용히 놓아두는 한 줄의 등불이다. 작가노트 | 황보근형 너에게 길이다. 이 글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문장이
K-컬처 이성준 기자 | 공재완 작가의 K-민화 〈책거리도〉(65×95cm)는 이러한 책거리의 고유한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통과 창조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수작秀作이다. 작품에는 문방사우, 향합, 부채, 두루마리 등 학문과 수양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다. 화려한 듯 절제된 색채 구성은 민화 특유의 친근함을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묘사와 깔끔한 구조 속에서 현대적 품격이 드러난다. 특히 작가는 붉은색·초록색·노란색을 안정적인 구도 안에 배치하여 생명력·조화·지혜를 상징하는 전통 색채의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단순한 색의 대비가 아니라, ‘앎이 세상을 밝힌다’는 책거리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읽힌다.〈책거리도〉는 과거의 미감만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의 구조를 기반으로 오늘의 감성과 완성도를 더해 민화가 단순한 향토적 미술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의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지닌 장르임을 증명한다. 공재완의 〈책거리도〉는 학문을 향한 염원, 삶을 성찰하는 마음, 지혜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정면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전통을 존중하되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작가의 태도는 민화의
K-컬처 강경희 기자 | 장미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상처의 이름이다. 이명순 작가의 K-그라피 작품 ‘노천명의 장미’는 그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 끈 꺾어 보내 놓고”라는 시어처럼, 한 번의 결단과 파열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붓은 쓰다듬지 않는다. 꺾고, 밀어내고, 비워낸다. 그 결과 화면에는 화려함보다 번뇌가 자라는 시간이 남는다. 검은 먹의 굵고 가는 결은 마음의 무게를 닮았다. 글자는 단정하지 않고, 균형을 일부러 흔든다. 이는 시가 말하는 내면의 균열과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를 시각화한 선택이다. 장미의 붉음은 장식이 아니라 통증의 색이며, 여백은 도피가 아니라 각성의 공간이다. 글과 그림이 분리되지 않는 K-그라피의 미학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시는 읽히는 동시에 보이고, 그림은 보이는 동시에 말한다. 작품의 후반부,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 버리련다 / 하늘보다 나무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 아니 /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리련다”에 이르면, 선택지는 셋이다. 정지(얼음), 자립(나무), 소멸(낙엽). 이명순의 붓은 어느 하나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갈림길의 정직함을 화면에 남긴
K-컬처 강경희 기자 | 글자는 언제부터 예술이 되었을까. 혹은 예술은 언제부터 글자를 필요로 했을까. 정주연 작가의 K-그라피 앞에 서면, 이 오래된 질문은 더 이상 학술적 물음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감각이 된다. 화면 위에 놓인 문장은 읽히기보다 먼저 다가오고, 의미는 해석되기보다 먼저 체온을 가진다. “새로운 봄의 시대를 다시, 보내는 나라를...”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예감이다. 획은 단정하지 않고, 여백은 침묵하지 않는다. 붓의 움직임은 설명을 거부하며, 감정의 속도로 흘러간다. 정주연의 K-그라피는 ‘잘 쓴 글씨’가 아니라 잘 살아 있는 문장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글자가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이다. 상단의 굵고 강한 문장은 시대를 부르는 목소리처럼 떠 있고, 하단으로 길게 떨어지는 서체는 마치 인간의 사유가 땅으로 뿌리내리는 과정처럼 보인다. 글자는 더 이상 평면에 놓이지 않는다. 서 있는 존재, 혹은 걸어 내려오는 시간이 된다. 배경 역시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도시의 실루엣 위로 번지는 여명과 노을의 색감은 오늘의 한국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시작되기를 갈망하는 개인의 내면을 상징한다. 이는 K-그라피가
K-컬처 김학영 기자 | 충북 충주에서 생산된 후지사과가 미국 시장으로 향하며 지역 농산물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충주시는 16일 오후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충주사과 미국 수출을 위한 선적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출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에 미국으로 수출되는 사과는 지난해 수확한 후지 품종 5.5톤으로, 수출 규모는 약 2천500만 원에 달한다. 충주사과는 우수한 당도와 식감으로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충주사과는 2011년 이후 미국 수출을 지속해 오며 안정적인 해외 판로를 구축해왔다. 특히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가 농가와 100% 계약재배 방식으로 협력해 생산 단계부터 엄격한 품질 관리를 실시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권은하 충주시 농식품유통과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고품질 사과를 생산한 농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충주사과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컬처 강경희 기자 | 29년의 시간은 단순한 연륜이 아니다. 외교 현장의 기록과 신뢰가 축적된 자산이다. 외교저널은 그 시간 동안 외교를 ‘권력의 언어’가 아닌 사람과 문화의 언어로 기록해왔다. 협정의 문장보다 현장의 표정, 선언의 수사보다 태도의 무게를 남겨온 기록이다. 이제 그 자산을 다음 세대에게 교육·훈련·실전 경험으로 돌려주는 일, 그것이 2026 K-외교문화사절단의 의미다. 외교저널은 그 시간 동안 외교를 ‘권력의 언어’가 아닌 사람과 문화의 언어로 기록해왔다. 이제 그 축적된 자산을 다음 세대에게 교육·훈련·실전 경험으로 되돌려주는 결정적 전환이 시작된다. 2026년 3월 착공, 같은 해 9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K-문화외교센터 국제회의장 건립이다. 이번 국제회의장은 담화문화재단이 주관하여 건립을 추진하고, 센터 운영은 29년 역사를 지닌 외교저널의 모체인 담화미디어그룹이 맡는다. 기록의 전문성과 미디어 운영 역량, 그리고 문화외교의 철학이 한 공간에서 결합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시설 건립이 아니라, 외교 인재 양성의 책임 주체가 명확한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문화외교센터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약 1,500평 부지
K-컬처 강경희 기자 | 가을은 내려앉는 계절이다. 잎은 위에서 아래로, 마음은 바쁨에서 성찰로 이동한다. 김미자 작가의 K-그라피 작품 ‘안도현의 가을엽서’는 이 ‘내려앉음’을 역설적으로 탑의 형식으로 쌓아 올린다. 시의 행들은 위로 향하지만, 뜻은 낮은 곳을 가리킨다. 그 긴장과 모순이 이 작품의 미학이다. 안도현의 시는 묻는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 김미자 작가는 이 질문을 글자의 배열로 답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시구는 마치 수행자의 계단처럼 한 단 한 단 내려오며, 가장 큰 글자 ‘사랑’이 화면의 하부에 자리한다. 사랑은 가장 아래에 있다. 가장 무거운 것을 가장 낮은 곳에 둔 구성이다. 색채는 계절의 감정을 대변한다. 주황, 연두, 붉은빛이 겹겹이 쌓인 하단부는 낙엽의 군집이자, 삶의 흔적이다. 그 위에 놓인 먹의 검정은 장식이 아닌 결단이다. 글씨는 곧고 힘차지만 과시하지 않는다. 이는 명인의 기교를 숨기는 태도이며, K-그라피가 지향하는 의미 중심의 서체다. 이 작품은 읽히는 시가 아니라 올라가며 내려오는 시다. 눈은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고, 마음은 아래에서 다시 위를 돌아본다. 탑은 하늘을 향해 세워졌지만, 이 탑이 가리키는
K-컬처 이성준 기자 | 홍명 작가는 말한다. “2026년 병오년 새해, 진흙 속에서도 붉게 피어나는 연꽃 한 송이를 여러분 가슴에 살포시 얹어 드리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 기다릴게요. 겨울 바람이 차가워도, 이 연꽃은 따뜻하게 피어 있을 테니, 부디 오셔서 꽃잎에 손끝 한 번만 대 보고 가세요. 그 순간,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 이미 여러분의 것이 될 겁니다.” 이 연꽃은 진흙을 밟고 선 우리네 어머니다. 발이 빠개져도, 허리가 휘어도 한 송이 붉은 꽃을 피워 올리는 그리움 그 자체다. 분홍 꽃잎이 살짝 벌어질 때 할머니가 새벽녘에 불을 밝히던 손때가 느껴진다. 먹빛 연잎 사이로 스민 차가운 이슬은 아버지가 삼키고 삼키던 한숨이다. 그래도 꽃은 피고, 그래도 잠자리는 날아와 우리 집 마당 한복판에 행운 한 점 내려앉힌다. K-민화란 이런 것이다. 백자처럼 하얀 종이 위에 수백 년 굽은 한의 먹을 풀고 그 위에 온 국민이 함께 울던 붉은 꽃을 피우는 것. 진흙 냄새가 진동해도 꽃향기만은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것. 내 이름도 연꽃이다. 홍명紅明. 진흙 속에서 붉게 빛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