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이길주 기자 | 숫자는 때로 상징이 된다. 이번 인사동 전시는 그 상징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한민국 명인 작품 K-민화·K-그라피 70여 점, 어린이 부채 93점, 나한동자 53점, 장사익 시詩 48점, 총 265점, 이 숫자는 단순한 작품 수가 아니다. 한국 문화의 층위와 결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다. 전시는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 열리며, 전통과 현대, 어른과 아이, 수행과 노래가 한 공간에 선다. 명인의 붓끝, K-민화와 K-그라피 대한민국 명인들의 70여 점 작품은 전통의 깊이를 증명한다. K-민화는 해학과 상징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염원을 담아내고, K-그라피는 획 속에 정신을 새긴다. 글씨는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문화의 선언이 되고, 그림은 장식이 아니라 시대의 얼굴이 된다. 명인의 작업은 기술을 넘어 시간의 축적이며, 한국 미감의 뿌리다. 어린이 부채 93점, 동심의 바람 아이들이 직접 쓴 시를 부채 위에 그대로 옮겼다. 꾸미지 않은 문장, 솔직한 감정, 작은 손에서 시작된 붓질, 93점의 부채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 K문화의 가장 맑은 시작이다. “K문화는 멀리 있지 않다. 아이의 문장 한 줄에서 시작된다.” 이 말이 이번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 속 호랑이는 늘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다. 권력의 상징이면서도 풍자의 대상이었고, 공포의 형상이면서도 익살의 얼굴을 지녔다. 그러나 이미형 교수의 '맹호도'에서 호랑이는 웃지 않는다. 대신 침묵한다. 이 침묵이야말로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긴장이다. 작품 속 맹호는 포효하지 않는다. 발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몸은 낮게 웅크렸고, 꼬리는 팽팽하게 말려 있다. 모든 힘은 밖으로 분출되지 않고 안으로 수렴된다. 이 호랑이는 공격 이전의 순간, 결단 직전의 정적을 품고 있다. 민화에서 보기 드문 이 태도는, 호랑이를 ‘힘의 상징’이 아니라 자기 통제의 상징으로 전환시킨다. 이 작품의 밀도는 선에서 나온다. 한 올 한 올 쌓아 올린 털의 묘사는 장식이 아니라 수행에 가깝다. 반복되는 붓질은 시간의 축적이며, 그 시간은 곧 인내의 흔적이다. 이미형의 맹호는 빠르게 완성된 힘이 아니다. 오래 견딘 힘, 쉽게 흩어지지 않는 힘이다. 눈빛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정면을 응시하지만 위협하지 않는다. 응시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잡기 위한 시선에 가깝다. 이 눈은 바깥을 향하지 않는다. 안쪽을 향해 있다. 그래서 이 맹호
K-컬처 이길주 기자 | 민화의 장수는 언제나 엄숙하지 않았다. 오래 산다는 뜻은 무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지 않는 일에 가까웠다. 황현진 작가의 '해학반도도'는 그 사실을 한 장의 풍경으로 풀어낸다. 반도蟠桃의 풍요와 학의 고결함, 파도의 반복과 구름의 유영이 모든 상서가 모였는데도 화면은 과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소가 먼저 온다. 복숭아나무는 바람을 타고 굽이치며, 학은 가지 위에 앉아 서로의 균형을 살핀다. 바다는 규칙적인 파문을 만들고, 구름은 그 위를 가볍게 건너간다. 여기에는 힘의 과시가 없다. 장수는 위에서 내려오는 축복이 아니라, 관계의 리듬에서 생겨난다는 민화의 지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학’이라는 제목은 정확하다. 웃음은 대상이 아니라 태도다. 반도는 크되 위압적이지 않고, 학은 고상하되 거리 두지 않는다. 파도는 세차되 질서를 잃지 않는다. 황현진은 상서의 요소들을 서로 밀치지 않게 배치해, 장수의 조건을 ‘공존’으로 제시한다. 오래 살려면, 먼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색은 부드럽고 선은 절제되어 있다. 이는 민화가 지닌 생활의 미학에서 과잉을 경계하고 반복을 신뢰하는 태도를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작품속의 여백은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에서 귀수龜壽는 단순한 장수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며, 삶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한나 작가의 '모란귀수도'는 바로 그 태도를 한 화면에 단단히 쌓아 올린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거북이 있다. 그러나 이 거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지탱한다. 그 등 위에 놓인 것은 책과 문방구, 상자와 도구들, 지식과 기술, 그리고 생활의 흔적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오래 곁에 두고 익혀야 할 것들이다. 거북의 느린 걸음은 이 모든 것의 필요조건처럼 보인다. 모란은 화면 위에서 피어 있다.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중심을 침범하지 않는다. 민화에서 모란은 부귀의 상징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모란은 결과에 가깝다. 충분한 시간과 인내가 쌓인 뒤에야 허락되는 꽃. 그래서 모란은 서두르지 않는다. 문양과 질감은 치밀하다. 나무결, 직물의 반복, 기하학적 장식은 손의 시간을 증명한다. 이는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노동의 윤리다.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다른 것을 버리지 않는 태도의 이한나 작가는 그 태도를 화면 전체의 구조로 삼는다. 이 작품의 흥미는 균형에 있다. 무거운 것은 아래에서 받치고, 가벼운 것은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와 민화한복이 만나는 ‘세화 특별전’이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전통 세화歲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K-민화 전시와 민화한복 패션, 문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융복합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특히 세화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을 주제로, 민화가 지닌 민간적 상징성과 한복의 조형미를 결합해 전통 예술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세화 특별전은 K-민화를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입고 걷고 경험하는 K-컬처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전시의 의미를 담아, 담화총사는 「K-민화가 지구촌 민간民間 시대를 연다」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세화전이 지닌 문화적·외교적 함의를 짚는다. 전통은 늘 질문을 받는다.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가.” 그러나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전통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가. 2026년 병오년 새해 첫날,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화전歲畵展은 이 질문에 하나의 분명한 답을 내놓는다. 전통은 박물관에 보관될 때보다, 사람의 몸 위에서 살아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와 민화한복이 만나는 ‘세화 특별전’이 오는 2025년 12월 3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전통 세화歲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K-민화 전시와 민화한복 패션, 문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융복합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K-컬처 이길주 기자 | 우현진 작가의 작품은 전통 민화의 상징 체계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 오늘의 호흡을 불어넣는다. 화면을 채운 모란은 단순한 부귀의 상징을 넘어, 시간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삶의 기품을 말한다. 붉은 모란과 백모란이 나란히 서 있는 구도는 대비가 아닌 공존을 택한다. 강렬함과 온유함, 열정과 평정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고른다. 작품 하단을 받치고 있는 괴석은 이 그림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푸른 기운을 머금은 기암은 흔들리지 않는 근간을 상징하며, 그 위로 자라나는 모란과 들꽃들은 삶의 지속과 회복을 은유한다. 이는 민화가 지녀온 길상吉祥의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한 지점이다. 화려함은 뿌리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조용히 화면으로 증명한다. 나비의 등장은 이 작품에 생동을 더한다. 정지된 병풍의 화면 속에서도 나비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계절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전통 민화가 지녔던 ‘기원의 그림’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기원의 대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일상으로 확장된다. 우현진의 모란 병풍은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그림이다. 이 작품 앞에 서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와 민화한복이 만나는 ‘세화 특별전’이 오는 2025년 12월 3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전통 세화歲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K-민화 전시와 민화한복 패션, 문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융복합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특히 세화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을 주제로, 민화가 지닌 민간적 상징성과 한복의 조형미를 결합해 전통 예술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세화 특별전은 K-민화를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입고 걷고 경험하는 K-컬처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전시의 의미를 담아, 담화총사는 「K-민화가 지구촌 민간民間 시대를 연다」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세화전이 지닌 문화적·외교적 함의를 짚는다. 전통은 늘 질문을 받는다.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가.” 그러나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전통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가. 2026년 병오년 새해 첫날,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화전歲畵展은 이 질문에 하나의 분명한 답을 내놓는다. 전통은 박물관에 보관될 때보다, 사람의 몸 위에서 살
K-컬처 이길주 기자 | 이 그림은 그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덜어낸 끝에 남은 것이다. 굵은 붓선으로 쓰인 한 글자, 休(쉴 휴), 그러나 이 ‘휴’는 단순한 한자가 아니다.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는 형상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에게 기대는 순간을 형상화한 하나의 사유思惟다. 화면 오른쪽의 형상은 승복을 입은 스님도, 특정 인물도 아니다. 무릎을 접고 허리를 세운 이 실루엣은 명상하는 ‘존재 그 자체’다. 얼굴도, 표정도, 장식도 없다. 오직 앉아 있는 선線만 있다. 왼쪽의 ‘人’은 곧게 서 있지만 긴장하지 않고, ‘木’은 뿌리도 잎도 없이 하나의 기둥처럼 서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람은 앉아 있다. 이 작품에서 ‘休’는 쓰인 글자가 아니라, 앉은 자세다. 글자는 읽히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캘리그래피가 아니다. 나는 이것을 K-그라피(K-Graphy)라 부른다. 서구의 Calligraphy가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라면, K-그라피는 사유가 머무는 문자, 수행이 깃든 선이다. 붓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멈춤, 획의 힘보다 중요한 것은 여백,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머무는 시간이다. 이 ‘休휴’는 장식용 문자가 아니다
K-컬처 이길주 기자 | 청연淸然 강경희의 작품 세계는 ‘보여주는 회화’ 이전에 ‘머무르게 하는 회화’다. 그의 캘리그라피는 글자를 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씻는 수행의 흔적에 가깝다. 번짐과 여백, 멈춤과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는 먹의 호흡 속에서 문장은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관람자의 마음을 고요로 이끈다. 특히 화면을 가르는 먹의 농담과 파편처럼 흩어진 여백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사유의 속도를 되돌려 놓는다. 강경희의 캘리는 ‘강하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말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선禪의 언어이자, 동양 회화의 본령이다. 함께 제시된 K-민화 책거리 작품은 전통 민화의 길상적 상징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책과 문방구, 붓과 화병, 그리고 화면 전면에 놓인 수박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다. 수박은 풍요와 생명, 책은 지혜와 축적, 붓은 창조와 실천을 상징하며, 이 모든 요소는 ‘삶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강경희의 민화는 화려함보다 단정함, 과시보다 정갈한 질서를 택한다. 색은 말하고, 형태는 절제하며, 상징은 조용히 숨 쉰다. 이것이 바로 K-민화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방식임을 그의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