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강경희 기자 | 우리는 묻지 않는다. 이것이 글씨인가, 그림인가를. 우리는 선언한다. 이것은 문화다. K는 국기國旗다. K는 알파벳의 한 글자가 아니다. K는 한국이라는 시간의 축적이며, 역사·정신·손의 기억이 응축된 상징이다. K는 더 이상 수식어가 아니다. K는 중심이며, 출발점이며, 세계와 마주하는 한국의 얼굴이다. 우리는 K를 앞에 둔다. 그것은 자부심이 아니라 책임이기 때문이다. Graphy는 언어다. Graphy는 쓰는 행위가 아니다. Graphy는 사유가 선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문자 이전의 선, 말보다 먼저 태어난 형상, 인간이 생각을 남겨온 가장 오래된 언어, 그리고 Graphy는 기록이 아니라 표현이며, 정보가 아니라 존재의 흔적이다. K-Graphy는 문화 선언이다. K-Graphy는 장르가 아니다. K-Graphy는 기법이 아니다. K-Graphy는 스타일이 아니다. K-Graphy는 한국적 사유와 손의 언어가 결합된 문화 선언이다. 우리는 글과 그림을 나누지 않는다. 우리는 경계를 묻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이 선에 정신이 있는가. 이 획에 시대가 담겨 있는가. K-그라피는 모두를 포괄한다. 대나무 붓으로 쓰는 죽필竹筆,
K-컬처 전득준 기자 | 대한민국미술대전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미술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공정성과 권위를 지켜온 대한민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공모전으로 한국미술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미술계 인재양성 및 발굴을 하는데 그 목적을 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이사장 이두성)는 2025년 12월 25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4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상작을 2026년 1월 5일부터 11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화랑전시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이번 비구상부문은 총 출품수 335점이 출품이 되어 최우수상 1점, 우수상 7점, 서울특별시장상 1상, 서울시의회의장상 4점, 평론가상 1점, 특선 14점, 입선 63점 총 91점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으며, 최우수상의 영예는 변선영의 ‘자유’가 선정되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이두성은 인사말에서 “비구상미술은 형식의 한계를 넘어 사유와 감각, 창조적 실험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넓혀 온 중요한 영역입니다. 오늘 수상의 영예를 안으신 작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대전에 참여해 주신 모든 작가 여러분의 열정과
K-컬처 이길주 기자 | 민화의 장수는 언제나 엄숙하지 않았다. 오래 산다는 뜻은 무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지 않는 일에 가까웠다. 황현진 작가의 '해학반도도'는 그 사실을 한 장의 풍경으로 풀어낸다. 반도蟠桃의 풍요와 학의 고결함, 파도의 반복과 구름의 유영이 모든 상서가 모였는데도 화면은 과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소가 먼저 온다. 복숭아나무는 바람을 타고 굽이치며, 학은 가지 위에 앉아 서로의 균형을 살핀다. 바다는 규칙적인 파문을 만들고, 구름은 그 위를 가볍게 건너간다. 여기에는 힘의 과시가 없다. 장수는 위에서 내려오는 축복이 아니라, 관계의 리듬에서 생겨난다는 민화의 지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학’이라는 제목은 정확하다. 웃음은 대상이 아니라 태도다. 반도는 크되 위압적이지 않고, 학은 고상하되 거리 두지 않는다. 파도는 세차되 질서를 잃지 않는다. 황현진은 상서의 요소들을 서로 밀치지 않게 배치해, 장수의 조건을 ‘공존’으로 제시한다. 오래 살려면, 먼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색은 부드럽고 선은 절제되어 있다. 이는 민화가 지닌 생활의 미학에서 과잉을 경계하고 반복을 신뢰하는 태도를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작품속의 여백은
K-컬처 김학영 기자 | 죽필과 혁필 또한 K-그라피의 본질적 영역이다. 대나무를 깎아 결기로 찍는 죽필은 수행과 절제의 미학을 담고, 가죽 붓으로 속도와 리듬을 살리는 혁필은 소통과 확장의 언어가 된다. 이 두 붓은 한국적 필법의 깊이와 역동성을 함께 보여주며 K-그라피를 전통에서 세계로 이끄는 양대 축을 이룬다. 전통 서예의 세계에는 서로 닮았으나 전혀 다른 두 갈래의 붓이 있다. 하나는 죽필竹筆이고, 다른 하나는 혁필革筆이다. 둘 다 ‘붓’이라 불리지만, 이 두 도구는 쓰는 방식도, 담아내는 정신도, 향하는 방향도 다르다. 죽필과 혁필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곧 전통 예술이 어떻게 수행의 길과 소통의 길로 나뉘어 발전해 왔는지를 읽는 일이다. 죽필, 마음을 찍는 도구, 죽필은 대나무를 깎아 만든다. 털이 없고, 먹을 머금지도 않는다. 그래서 죽필의 획은 부드럽지 않다. 오히려 거칠고 단호하며, 한 번 그으면 되돌릴 수 없다. 이 도구 앞에서는 망설임이 곧 실패가 된다. 죽필 서예는 기술보다 태도를 요구한다. 손의 떨림은 곧 마음의 흔들림이고, 획의 기울기는 곧 정신의 방향이다. 그래서 죽필은 오랫동안 선승과 수행자들의 도구였다. 글씨를 쓰기 위해 붓을
K-컬처 강경희 기자 | 이 작품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묻지 않게 된다. 이것이 글씨인가, 그림인가를, 김나은 작가의 K-그라피는 그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글자는 더 이상 의미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고, 그림은 더 이상 장면을 재현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글과 그림은 함께 숨 쉬며 하나의 생명이 된다. 작품을 가로지르는 두 마리의 금붕어는 부유하듯 헤엄치는 이 생명체는 민화의 전통적 길상吉祥을 닮았지만, 그 표현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비늘 하나하나에 담긴 색의 농담은 오늘의 감각이고, 유영하는 방향에는 규칙도, 구속도 없다. 그 옆에 놓인 글씨는 ‘읽히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의미를 강요하지 않고, 해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획은 물결처럼 번지고, 먹은 숨결처럼 스며든다. 이 글씨는 말한다기보다 살아 있다고 해야 옳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캘리그래피가 아니다. 장식적 문자도 아니다. 김나은 작가의 작업은 K-그라피의 본질에 정확히 닿아 있다. K-그라피란 무엇인가. 글씨를 예쁘게 쓰는 기술이 아니라, 한국적 정신과 감각을 붓의 행위로 드러내는 문화 언어다. 문자와 회화, 사유와 감정, 전통과 현재가
K-컬처 이존영 기자 | K-민화와 민화한복이 만나는 ‘세화 특별전’이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전통 세화歲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K-민화 전시와 민화한복 패션, 문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융복합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특히 세화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을 주제로, 민화가 지닌 민간적 상징성과 한복의 조형미를 결합해 전통 예술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세화 특별전은 K-민화를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입고 걷고 경험하는 K-컬처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전시의 의미를 담아, 담화총사는 「K-민화가 지구촌 민간民間 시대를 연다」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세화전이 지닌 문화적·외교적 함의를 짚는다. = 동영상 =
K-컬처 장규호 기자 | k-민화의 고양이는 늘 모순을 품는다. 온순함과 야성, 정적과 도약, 놀이와 사냥의 경계에 선 존재. 안경화 작가의 '화묘도'는 이 오래된 상징을 한 장면의 리듬으로 엮어, 삶의 ‘지금’을 포착한다. 작품 위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하나는 가지 위에서 몸을 낮추고, 다른 하나는 땅 위에서 시선을 들고 선다. 위와 아래, 잠복과 관조. 이 대비는 우열이 아니라 역할의 교차다. 민화가 말하는 세계는 늘 그렇듯,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중심의 공존으로 이루어진다. 나비와 잠자리는 움직임의 신호다. 공중을 가르는 작은 생명은 화면에 긴장을 불어넣고, 고양이의 시선은 그 긴장을 따라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때 고양이는 사냥꾼이기 이전에 관찰자가 된다. 급하지 않고, 소리 없이. 안경화 작가는 이 느린 호흡으로 k-민화의 미학을 오늘의 감각에 맞춰 낮춘다. 꽃은 아래에서 피어 오른다. 붉고 분홍의 화훼는 장식이 아니라 완충의 장치다. 야성의 긴장을 부드럽게 받치며, 화면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민화의 꽃은 늘 그렇게 기능한다. 극적인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머물 수 있게 만드는 자리로. 색채는 절제되어 있다. 고양이의 털결은 세밀하되 요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에서 귀수龜壽는 단순한 장수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며, 삶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한나 작가의 '모란귀수도'는 바로 그 태도를 한 화면에 단단히 쌓아 올린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거북이 있다. 그러나 이 거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지탱한다. 그 등 위에 놓인 것은 책과 문방구, 상자와 도구들, 지식과 기술, 그리고 생활의 흔적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오래 곁에 두고 익혀야 할 것들이다. 거북의 느린 걸음은 이 모든 것의 필요조건처럼 보인다. 모란은 화면 위에서 피어 있다.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중심을 침범하지 않는다. 민화에서 모란은 부귀의 상징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모란은 결과에 가깝다. 충분한 시간과 인내가 쌓인 뒤에야 허락되는 꽃. 그래서 모란은 서두르지 않는다. 문양과 질감은 치밀하다. 나무결, 직물의 반복, 기하학적 장식은 손의 시간을 증명한다. 이는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노동의 윤리다.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다른 것을 버리지 않는 태도의 이한나 작가는 그 태도를 화면 전체의 구조로 삼는다. 이 작품의 흥미는 균형에 있다. 무거운 것은 아래에서 받치고, 가벼운 것은
K-컬처 강경희 기자 | 박소현 작가의 이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설명보다 먼저 상태에 들어선다. 차갑고, 깊고, 말이 없는 상태. 이 작품은 감정을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잠기게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청록의 번짐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다. 파도도, 수평선도 없다. 그럼에도 분명히 이것은 바다다. 왜냐하면 바다는 늘 이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형상이 아니라, 감정으로. 작품 중앙을 가르는 굵은 필획. “겨울바다.” 이 글자는 제목이면서 동시에 버팀목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 깊이 내려간 한 줄의 중심. 그 아래 이어지는 문장은 시가 아니라 고백에 가깝다.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버리면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여기서 문장은 끝나지 않는다. 일부러 끝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문장은 독자가 자신의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소현 작가의 K-그라피는 글씨를 통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버리게 만드는 글씨다. 읽다 보면 뜻을 이해하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기억이 올라온다. 용서하지 못했던 순간, 붙잡고 있었던 생각, 차갑게 식히지 못한 감정들... 겨울바다는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 속 호랑이는 늘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다. 권력의 상징이면서도 풍자의 대상이었고, 공포의 형상이면서도 익살의 얼굴을 지녔다. 그러나 이미형 교수의 '맹호도'에서 호랑이는 웃지 않는다. 대신 침묵한다. 이 침묵이야말로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긴장이다. 작품 속 맹호는 포효하지 않는다. 발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몸은 낮게 웅크렸고, 꼬리는 팽팽하게 말려 있다. 모든 힘은 밖으로 분출되지 않고 안으로 수렴된다. 이 호랑이는 공격 이전의 순간, 결단 직전의 정적을 품고 있다. 민화에서 보기 드문 이 태도는, 호랑이를 ‘힘의 상징’이 아니라 자기 통제의 상징으로 전환시킨다. 이 작품의 밀도는 선에서 나온다. 한 올 한 올 쌓아 올린 털의 묘사는 장식이 아니라 수행에 가깝다. 반복되는 붓질은 시간의 축적이며, 그 시간은 곧 인내의 흔적이다. 이미형의 맹호는 빠르게 완성된 힘이 아니다. 오래 견딘 힘, 쉽게 흩어지지 않는 힘이다. 눈빛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정면을 응시하지만 위협하지 않는다. 응시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잡기 위한 시선에 가깝다. 이 눈은 바깥을 향하지 않는다. 안쪽을 향해 있다. 그래서 이 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