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전득준 기자 | 머물지 않는 자연, 유한한 인생의 여정, 자연형상을 아우르며 삶의 회한을 화폭에 담아내는 최인수작가의 “정경과 형상” 전시가 인사아트센터 4F 부산갤러리에서 12월 9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몽환적인 도상들이 오로라처럼 펼쳐지고 있다. 지극히 유동적이면서도 밑도 끝도 없는 무한의 세계들이 역설적이게도 아주 가까이서 마주하는 자연의 편린들로부터 비롯된다. 대자연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속에서 매순간 준엄한 변화를 이어간다.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 모든 존재는 모였다가 잠시 머물고, 변하며, 소멸하므로 영원한 것은 없다.
한 그루의 나무나 한 포기의 풀 앞에서도 작가의 사유와 상상은 꿈틀댄다. 우주의 저 먼 곳의 푸른 은하와 성운을 닮은 도상들은 반대로 주체의 내면세계 혹은 마이크로와 같은 미시적 세계상과도 맞닿은 채 교환된다. 거기에는 존재와 무, 빛과 어둠, 실재와 가상, 찰나와 영원, 정과 동 삶과 죽음, 처음과 끝 등의 혼재가 암시되고, 그렇게 또 하나의 자연을 생성시키고 있다.
작가의 그림이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러한 도식으로만 접근하려는 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작가의 초월적 태도는 그 어떤 경계가 없는 자유 그 자체다. 작가는 “나의 작품 소재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은 자연형상이며 주로 밤풍경을 즐겨 그린다. 어둠은 모든 경물을 숨기고 자연의 내적인 힘을 뿜어내며 생명들을 잠재운다. 나에게 밤의 정감은 잊고 있었던 쉬어감과 기다림을 묻어나게 해주며 담아둔 이야기를 되뇌여 정화된 아침을 맞게 해준다.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은 주위의 모든 것이 가장 어두울 때이듯 낮의 잔상을 머금은 밤의 기운은 조형적 영감과 작업 모티브를 찾게 해준다.”고 전한다.
철학적인 사유공간을 정경과 형상의 어우러짐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통하여 자연의 편린을 꺼내 볼 수 있는 전시이다.